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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는

옛한글 아래 아(·) 명칭‘하늘 아’로 고치자  _김슬옹

*출처: 김슬옹(2017). ≪한글혁명≫. 살림터. 274-276쪽.

 

세종이 1443년에 창제한 훈민정음 기본자 28자 가운데 모음은 11자였다. 이 가운데 가운데 점으로 표기하는 이른바 ‘아래 아’가 안 쓰이고 지금은 기본모음 열 자가 되었다. 글자는 사라졌지만 발음은 제주도 토속 발음으로 남아 있고 더러 ‘아래한글’과 같이 상품이나 가게 이름으로 환생하기도 했다. 비록 이 글자는 지금 사용하는 기본 모음은 아니지만 세종의 과학적인 한글 창제의 중심이 된 글자였고 한글의 정신과 가치를 담고 있기에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글자이다. 그런데 이 글자를 ‘아래 아’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 하늘을 본 뜬 글자이므로 그간 여러 학자들이 주장해 온 것처럼 ‘하늘 아’로 불러야 한다.

하늘은 천지자연, 우주만물의 중심이다. 물론 모든 세상 만물은 다 우주자연의 중심이다. 사람 또한 그러하며 사람의 말소리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이치를 세종은 문자에 담고자 하였고 그래서 하늘을 본 뜬 글자를 모음의 중심이자 바탕 글자로 삼았다. 사람을 본 뜬 ‘ㅣ’와 땅을 본 뜬 ‘ㅡ’를 결합하여 조화로운 자연의 이치, 삶의 이치를 문자에 반영한 것이다. 하늘을 본 뜬 글자에는 양성의 특성과 의미를, 땅을 본 뜬 글자에는 음성의 특성과 의미를 부여하여 음양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사람을 본 뜬 ‘ㅣ’에는 중성의 특성과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때의 중성은 단지 가운데의 의미가 아니라 음양을 싸 안는 조화의 요소로 천지인 삼조화의 주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놀라운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자 명칭을 ‘아래 아’로 부를 수는 없다. ‘아래 아’라는 명칭이 일제 강점기 때부터 부른 것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이 명칭이 누구에 의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발음되는 위치가 ‘ㅗ’보다 아래라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은 듯하다.

이 글자의 발음법에 대해서는 세종이 1446년에 펴낸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에서 밝혀 놓았다. 그것을 좀 더 풀어서 정리해 보면, 입술은 ㅏ 보다는 좁히고 ㅗ 보다는 더 벌려 내는 소리로 입술 모양이 ‘ㅏ’처럼 벌어지지도 않고 ‘ㅗ’처럼 오므라지지도 않는 중간쯤 되는 소리다. 혀는 ‘ㅏ’ 와 ‘ㅗ’와 같이 정중앙 쪽으로 오그리는 것으로 ‘ㅡ’를 낼 때보다 더 오그리고 혀를 아예 오그리지 않는 ‘ㅣ’보다는 훨씬 더 오그리는 소리다. 혀뿌리를 중앙으로 당기듯이 오그리다 보니 성대가 살짝 열리면서 소리는 성대 깊숙이 울려 나온다. 곧 후설저모음으로 입술 모양은 둥근 모음과 안 둥근 모음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하늘아의 발음 특성이 매우 섬세하여, 현대인들은 국어 전문가들조차 이미 굳어진 다른 기본 모음과 명확하게 구별해 내지 못한다. 절대음감 수준의 놀라운 소리 분석력이 있었던 세종이었기에 이 소리를 정확히 포착할 수 있었고 문자로 만들 수 있었다.

이 문자의 가치는 다른 모음자의 창제를 가능하게 하고 전체 모음자의 짜임새를 매우 합리적으로 만들게 했다는 점이다.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둥근 점의 특성으로 인해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짧은 획은 모든 아래 아 점)와 같이 ‘ㅡ ㅣ’를 중심으로 위아래, 좌우로 문자 확장이 이루어졌다. 전 세계 언어 가운데 한국어는 모음이 가장 발달된 언어이다. 세종은 이러한 우리말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하여 그것을 문자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글자의 명칭을 ‘아래 아’로 부르는 것은 한글의 가치와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하늘 아’로 부르면 글자의 유래와 가치를 온전히 드러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도 합리적인 이름을 가르칠 수 있어 한글 정신과 국어 의식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물론 다른 모음은 ‘아야어여오요우유’와 같이 발음 자체가 명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발음 그대로 부를 수가 없으므로 특별 명칭을 통해 그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 주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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